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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히네님께 '소매, 손목'을 키워드로 받았습니다.











   마법사는 괴상한 족속이다. 은월은 이리 생각할 게 분명하다.

   정처 없이 고개를 놀리던 때부터 빛을 부리고 알 수 없는 말을 속삭이는 이들은 영 낯설었다. 그들은 무지막지하고 이질적인 힘을 휘두르다가도, 실수로 허점을 보이면 덧없이 무너졌다. 요정처럼 구는 탓에 같은 인간이라는 것이 도리어 의심이 갈 정도였다. 은월은 남은 생 동안에도 ‘마법사’를 입안이나 머릿속에서 익숙하게 놀리지 못할 것을 알았다. 뜨거운 얼음이나, 차가운 햇살이 꼭 그렇듯이. 마법사는 은월의 세계와 멀었다. 붉은 로브를 걸친 마법사 한 명이 요술처럼 나타나, 그의 삶을 쥐고 이끈 후에도.

   프리드는 이 점에서 가장 마법사 같은 마법사였다. 전투에서 드래곤을 이끌며 거대한 힘을 놀리다가도, 돌아오면 전혀 알 수 없는 마법진을 펼쳤다. 그렇게 강한 와중에도, 또 은월이라면 가뿐히 피했을 얕은 공격에도 잔상처를 주렁주렁 달고 머쓱하게 웃었다. 미래를 가장 멀리 보며 전략을 짜다가도, 도보로 이동할 때도 일행 중 가장 쉽게 지치는 편이기도 했다. 어쩌면 마법사이니까 당연한 프리드의 나약함에 대해, 동료들은 저마다의 태도를 보였다. 포션을 챙겨준다거나, 체력이 약하다고 놀리다던가. 은월은 개중에서도 곁을 지키는 것을 택했다. 적은 확률로 공격 받았을 때 크게 다친다면 그 공격을 곁에서 막아주면 될 일이었다. 마법사는 그런 존재니까. 그가 온몸을 던져 자그마한 약점 하나만을 방지할 수 있다면, 저토록 강렬하고, 영원할 것만 같은.


   만약 내가 마법사가 아니었다면? 이다지도 곁을 채웠을까?

   프리드는 가볍게 고개를 돌렸다. 두리번거리며 찾을 필요도 없이, 늘 곁을 채우는 존재가 있다. 은월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무기를 간단하게 벼리고 있었다. 고양이가 털을 핥으며 정돈하듯, 매일 꼬박꼬박 이루어진 습성이 눈에 익었다. 시선을 보내면 바로 알아차리는 예리함도 처음 만난 날부터 이어져 왔다. 프리드는 자신을 살피는 보라빛 눈동자를 건너뛰고는 턱 언저리에 난 작은 생채기를 유심히 보았다. 낮에 프리드에게 날아온 날붙이를 튕기다가 생긴 게 분명하다. 은월이 다친다면 대부분이 그가 이유였으니까. 은월은 팽-하고 다가온 날붙이를 쥔 손목을 단번에 부러뜨렸다. 그 광경을 떠올리며, 프리드는 가만히 손을 뻗었다.

   로브가 흘러내려 드러난 손목의 선이 얇다. 스태프와 펜만을 쥐었던 손이 무투가의 뺨을 감쌌다. 그저 닿고 있다가, 엄지손가락을 뻗어 상처를 쓸었다. 따가운 모양인지 눈가가 미세하게 찌푸려지는 걸 프리드는 조용히 바라보았다.

   "이거, 왜 그런거야?"
   "네가 위험했잖아."

   그런 대사를 잘도 내뱉는다. 은월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굴었다. 프리드는 은월을 따라 상대를 빤히 바라보면서, 묵직한 애정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을 감췄다. 평이하게 말해야 한다.

   "너도 위험했어."
   "난 괜찮아."
   "그래?"

   부러 상처를 꾸욱 누른다. 아플 텐데도 뿌리치지 않는 그가…. 프리드는 오래도록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는 은월을 눈에 담았다. 검을 쥔 손목은 그리도 험악하게 잘만 꺾어대면서, 마른 손목 하나는 채 쥐지도 못했다. 그래, 그럼에도 프리드는 사실 은월이 그를 나약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프리드가 강인한 전사라도,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힘을 가졌다 해도 은월은 오늘처럼 그리도 몸을 던질 것이다. 그가 감당해야할 상처가 사소하건 치명적이건 따지지 않고.

   프리드는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은월이 그의 기색을 알아차리기 전에 장난스럽게 눈꼬리를 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법을 속삭일 필요도 없이, 손 끝에서 빛이 감돌며 작은 상처를 순식간에 메운다. “그래도 다치지는 마.” 짐짓 엄하게 말을 주고, 변명은 받지 않겠다는 듯 손가락 하나를 빼 입술에 갖다댔다. 등을 돌려 동료들에게 다시 이동하자고 청했다.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이후에도 여전히 늘 곁을 채우는 존재가 있다.


   네 마음이 참 아름답다고, 실은 여태 그리 생각해왔다고 말하고 싶었다. 한 순간에 터지는 겁먹은 목소리도 꾹꾹 눌러 삼켰다. 네가 희생하는 게 두려워. 당연하다는 듯이 굴지 마. 

















그런데 키워드가 증발했군요....면목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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