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플님께 키워드로 '비밀'을 받아 썼습니다.
자체 설정이 매우 충만합니다.
캐해석을 빙자한 캐붕이 매우 충만합니다.
타즈님 공주 사건
연구의 방향을 고쳐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시간마법을 통한 ‘봉인’은 갓 태어난 시도답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자꾸만 휘청거렸고,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조급함은 더딘 진행에 굴복하여 무릎을 꿇었다. 마음처럼 숨을 아낌없이 뱉으며 내달릴 수 없으니, 주저앉아 다시금 방향을 검토하는 것만이 남은 일이었다. 며칠 동안의 단조로운 시간 속에서 프리드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는 이럴 때 마구잡이로 마법이라는 문이란 문은 다 두드려 보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알았다. 단번에 성공하면 애초에 이리 고생할 일도 없었다. 바람을 쐬고, 머리를 정돈해야 할 때다. 가령, 막힘없이 흐르는 자신만만한 목소리에 귀를 씻는다던가. 뜻밖에도, 팬텀의 화려한 언변은 이럴 때 제 역할을 하는 듯 했다.
“결론적으로, 엘나스 서쪽 탑은 처녀자리가 ‘보일 듯 말듯’ 나타날 때 즈음 방문해야 한다는 거야.”
“장미꽃을 꼭 두 송이 가지고?”
“잘 들었네, 나의 우수하신 제자님. 이 늙은 스승은 이제 청출어람의 때만을 기다려야 하나?”
기가 차다는 듯 피식 웃는 얼굴을 보며, 팬텀은 부러 몇 세기 동안 이어 내려져 온 장인 기술을 가르쳐준 듯 점잔을 뺐다. 프리드는 그 모양을 보고 이번엔 되려 웃음을 참아야 했다. 멋들어지게 책상에 걸터앉는 건 여전히 썩 좋지 않은 괴도의 습관이지만, 그래도 솔직히 밝히자면 이 순간이 꽤 좋았다.
다락의 한구석에서 묘하게 채찍질을 했던 초반보다 괴도는 감정의 여유를 되찾은 듯 했다. 프리드가 끙끙대며 머리를 부여잡으려다가 혹여 상대가 따라 근심을 품을까봐 손을 가만히 내릴 때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팬텀은 그런 순간순간마다, 대마법사가 고대어 사이에서 주저앉을 때마다, 적어도 그의 기분만은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러한 그럴듯한 취지가 아니더라도 그저 프리드의 조그마한 미소에 제 기분도 좋아지기 때문도 있었지만.
팬텀의 짤막한 처방이 조금은 효력을 나타냈는지, 프리드는 평소의 ‘영웅의 부담’ 대신에 개인적인 흥미를 숨기며 지나가는 말이라는 듯 물음을 툭 던졌다.
“타즈님 공주 사건은?”
팬텀은 예상 밖이라는 듯 손바닥으로 책상을 짚고 프리드 쪽으로 상체를 기울였다. 세간에 가장 널리 퍼져 있는 괴도 팬텀의 자자한 소문 중 하나였지만, 그야말로 온갖 유치한 찬사와 허무맹랑한 동경이 덧입혀진 세기의 사건이었다. 상식 있는 이가 들으면 바로 코웃음 칠 정도로, 동화보다 더 동화 같은 일화였다. 그러했기에 유행과 평판에 관심을 두지 않는 프리드가 그 이야기를 던진 것은 의외였다.
값나가는 미술품을 볼 때의 가득 찬 눈빛으로 괴도가 그를 바라보자 프리드는 왜인지 해명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사실은, 변명에 가까웠다.
“누구나 괴도 팬텀이 정말 공주에게 키스했는지 궁금해 할걸.”
뱉어놓으니 프리드 스스로 모양새가 우스웠다는 게 첫 번째 문제였으며, 팬텀에게 프리드가 ‘누구나’가 아니었다는 게 두 번째 문제였다. 세 번째 문제는, 꼭꼭 싸맨 대마법사의 ‘키스’라는 입모양에 괴도가 순간이나마 마음이 동했다는 것이고. 그런 단어도 알아, 프리드? 그런 표정도 지을 줄 알아? 낭패라는 듯 한 단정한 얼굴에 더 들떠 그리 자각하진 못했지만 말이다.
프리드의 얼핏 보기에 우스운 호기심은 지극히 평범한 기억에 본을 두었다. 팬텀이 합류하기 전, 엘나스에서 만난 여자아이가 그의 옷자락을 꼬옥 쥐고 밤새 이야기한 ‘달밤의 영웅 괴도 팬텀’ 때문이었다. 조잘거리는 이야기는 터무니없었지만, 또랑또랑한 눈망울만은 한없이 순수한 희망을 담고 있어서, 프리드는 도리어 그 허구적인 미남 이야기에 작은 위로를 받았다. 그래, 그 꼬마가 특히 재잘거리기 좋아한 일화가 ‘타즈님 공주 사건’이었다. 괴도 팬텀이 정중하게 공주의 손을 내려놓으며, ‘공주님, 그럴 수는 없어요. 오늘은 보름달이 아닌 걸요’라고 맵시 있게 말하며 천구의를 훑는, 그런 어설프게 채색된 보랏빛 이야기.
팬텀은 프리드가 사막의 앙증맞은 폭군을 입에 올렸다는 사실이 매우 재미났지만, 막상 그 세세한 정황을 풀어내는 것에는 망설였다. 그가 그렇게 외면하려한 아리안트 왕실의 일이고-물론 이 일로 외면하기는커녕, 속된 말로 ‘엿’을 시원하게 주었지만-공주를 도발한 이유를 어린 시절에 싹을 틔운 치기가 휘감고 있었기 때문이다. 적당히 제 오래된 구덩이를 메워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방안이 있지만, 팬텀에게 그 사건 자체는 대륙적으로 떠들썩한 쇼인 동시에 개인적인 금기였다. 가장 화려한 마술의 트릭은 꼭꼭 숨겨 놓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래도 저 눈이 반짝거리고 있는데. 군중의 들뜬 수군거림은 잘도 웃어넘겼으면서, 괴도 팬텀은 잠시 저울질을 하였다.
“네가 원한다면, 이야기 해줄게.”
저울은 결국 무거운 쪽으로 기울었다.
“공짜는 아니지만.”
-가, 괴도의 장난기어린 손가락이 튕기자 양쪽으로 파도치듯 흔들렸다.
“뭐?”
“네 비밀 하나랑 교환하자, 프리드.”
프리드는 그 제의에 반사적으로 맥 빠진 어이없음을 느꼈고, 자신이 고민하고 있다는 데에서 다시 한 번 같은 감정을 느꼈다. 팬텀은 그 표정을 즐기다가, 또 마음껏 음미하다가, 역시나 그답게 조금 더 즐겨보기로 했다.
“약점 같은 거라던가?”
"……."
"이건 꽤나 값진 비밀이라고?"
프리드의 심통난 얼굴은 쉽게 보는 게 아니지. 팬텀은 흡족해했다. 미미하더라도 심통은 심통이니까. 무시무시한 지성을 겸비한 상냥한 영웅이 부루퉁하다니. 정작 그리 티도 안 나는데, 팬텀은 들떠서 프리드의 얼굴을 기억 속에 열심히 새겼다.
반면, 프리드는 거절을 쉽게 내뱉지 못한 시점에서, 습관 같은 겸손 밑에 가려진 오기가 되살아나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딱히 거래할만한 무언가가 없었다. 치명적인 약점을 쉬이 말할 수도 없었고, 대단하신 괴도 팬텀의 진담과 비견하는 담설도 없었다. 최근 그가 동료들에게도 입을 열지 않은 봉인의 문제가 잠시 스쳤으나 프리드는 위험천만한 금기 다루듯이 머릿속에서도 재빨리 억눌렀다. 프리드는 느근하게 나뭇결을 쓸어 올리는 손가락에 신경을 주려 노력했다. 그건 격랑 속에서 구름 너머로 본 평정 같아서, 매우 이질적이었지만 도피에는 탁월하다고 그는 자조적으로 생각했다. 애써 생각의 뱃머리를 돌리곤, 힘겹게 몇몇 치명적인 후보를 제외하니 남은 거라곤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뿐이었다. 용돈이랍시고 받은 푼돈을 쥔 채 고급 잡화점 앞에 선 꼬맹이가 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꼬맹이가 알 지 못한 건, 이번 잡화점 주인은 그에게만은 참으로 무르다는 거다.
우울을 알아채는 능력은 참 뛰어났다. 팬텀은 조금 더 프리드에게 가까이 다가가 습관처럼 눈을 맞췄다. 고뇌의 잔향을 없애고, 온전히 그 자신과 저에게 집중하길. 동시에 팬텀 자신도 방금 전까지 손에 쥐고 놀던 장난기를 내려놓고 눈앞의 이에게 집중하였다. 또, 그 집중의 부작용으로 팬텀은 무의식중에 자신의 가장 매력적인 미소를 내었다.
“아무거나 괜찮아, 프리드.”
목소리가 다정해서야. 그냥 목소리가 팬텀치곤 너무 온순해서……. 평소에 제멋대로인 이는 온순해져도 탈이다. 말로 금방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어딘가 깊은 곳에서 탁, 풀리기 때문이다. 프리드는 자색 눈동자에 시선을 쏟느라 드문드문 사고를 붙여가며, 조금 급하게 생각더미에서 무언가를 집었다. 아냐, 이거 말고 다른 거, 다른 거…….
“아리안트식 요구르트…….”
이거 말고 다른 걸 말했어야 했는데.
“응?”
“…잘 못 먹어.”
팬텀은 드물게 당황하다가, 재빠르게 사태를 파악했다. 무엇을. 요구르트. 어떻게. 잘 못 먹는다. 누가?
-프리드가?
본능적으로 프리드는 시원스레 웃음을 터뜨리는 팬텀을 한 대 갈기고 싶었지만, 소리가 청량하여 아주 약간은 듣기 좋으니 봐주기로 했다. 하하하하하- 이러한 아량을 아는지 모르는 지 팬텀은 꽤 오랜 시간 들썩였다. 이거 정말, 굉장한데. 이대로 장갑을 벗고, 달달한 발효유를 잘 먹지 못한다는 뺨을 부벼보고 싶었다. 근래 느끼지 못해 아득하기만 한, 보슬보슬한 그 감정을 정말이지 간신히 참았다. 아아, 그래도. 은근 귀엽단 말야?
"하긴 타국인이 먹기엔 비린 감이 있지."
무의식중에 반가워하며 동조하려고 했다가, 빙글빙글 말려 올라간 입매를 보고 프리드는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과거의 어리석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싶은 기분이었다. 짓궂은 괴도는 참으로 상냥하게도 눈을 꼭 맞추면서 고개를 숙여 더욱 거리를 좁혔다. 부담스럽다는 생각보다도 먼저, 까마귀 부리 같은 모자가 끌고 온 그늘이 프리드를 덮었다.
"프리드."
"뭐."
의미심장한 부름에 프리드는 애써 퉁명스레 대꾸를 했다. 시름을 하는 이성과 몸을 부풀리는 오기 탓에 평소라면 자연스럽게 물러났을 거리조차 벌리지 않았다. 살짝 상한 기분에 눈을 매섭게 치뜨려고 해도, 애석하게도 잘 되지 않았다. 화는 티끌만큼 소소하게 일어나 도리어 억울한 심정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팬텀은 나직하게 물었다.
"또 못 먹는 게 뭐야?"
여전히 한가득 즐거워하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이 순간만은 루미너스의 견해가 맞았다. 성가신 좀도둑놈. 프리드는 나풀대는 속눈썹 아래에 잔뜩 흥미가 오른 눈동자를 보곤, 오늘 밤에는 타즈님 공주 이야기는 도입부조차 못 들을 것을 예감했다.
몇 달 만에 모래 위에 발을 디딘 마법사에게 태양은 자비 없이 뜨거움을 내렸다. 가뜩이나 체력도 없고 더위에도 약해 프리드는 거의 스태프를 지팡이 삼아 겨우 서 있는 수준이었다. 그나마도 스태프를 꼭 붙든 두 손 중 하나를 사막을 닮은 거친 손이 잡아끌었다. 프리드는 정말이지 정신력으로 버텼다.
“어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구먼.”
스태프를 품에 놓고, 다른 한손도 마저 남자의 손을 감쌌다. 뜨겁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날씨는 여전했지만, 수십 초 전보다 버티기 수월한 기분이었다. 이러나저러나 그들은 영웅이라 불리고 있었다.
“아닙니다. 주민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이런, 공을 돌리지 말게!”
등을 팡팡 내리치는 손길은 역시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여기는 마무리가 되는구나, 프리드는 허파를 꾹 눌렀던 부담이 덜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 보니 식수가 부족해 고생이었다지? 자, 한잔 들이키게.”
“저는 괜찮습니다만…….”
“제일 고생한 사람이 무슨! 다른 동료들에게도 이미 전해주고 온 참이었네. 이제 길도 텄고, 마음껏 먹어도 된다네. 다 자네들의 공이지!”
“하하, 그럼 감사하게 먹을게요.”
으으……. 내적신음에도 불구하고 프리드는 기운차게 요구르트를 들이켰다. 여전히 이상하게 걸쭉하고 향도 탁했다. 아까 덜어진 피곤이 가중되어 식도를 타고 흘렀다. 아, 이건 피할 수 없는 운명이야. 아리안트에 발을 들일 때부터 내심 걱정했던 일이 현실이 되니 고통보다도 체념이 일었다. 저 멀리 금빛 모래 사이에서, 더 익숙한 금빛이 반짝였다. 팬텀이다. 팬텀이 슬며시 웃고 있었다. 햇살을 받아 희게 빛나는 이는 다시 눈꺼풀을 몇 번 감아 내리니 바로 앞에 와있었다. 그는 남자가 호쾌하게 인사를 하고 떠나는 걸 확인하자 얼른 프리드를 끌어다가 그늘에 두었다. 서늘해서 한결 살 것 같았다.
“도와줄까?”
손을 내미는, 대신 마셔주겠다는 제스처에 프리드는 고개를 내저었다.
“괜찮아. 나름 먹을 만해.”
거짓말이었다. 오로지 잔을 쥐어준 이의 성의가 이유였다. 나머지를 벌컥벌컥 삼키고 가만히 손바닥으로 입을 막으며 버티는 프리드를 보고 팬텀은 못 말린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 한숨은 얼핏 듣기에는 퍽 유쾌해서, 프리드는 사소하게 약이 올랐다가 다시 뜨거운 온도에 진이 빠져 끙끙거렸다. 그 모양을 시야에 주워 담던 괴도는 이윽고 촘촘한 눈썹 위의 땀을 조심스레 훔쳐 주곤, 다른 손에 들려 있던 꾸러미를 풀어헤쳤다.
“자아, 편식하지 않는 착한 아이에겐 단 것을 줘야지.”
프리드는 팬텀이 건넨 것을 의아스레 뜯어보다가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 발갛게 제 빛깔을 드러내는 그것은, 모래바람 사이에선 터무니없게도, 체리였다. 리본까지 앙증맞게 묶인, 유리병에 가득 담긴 절인 체리. 프리드는 정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그건, 그날 밤 팬텀이 끝끝내 캐물어서 얻은 프리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였으니까. 이런 전시 때에 그런 걸 알아 무어하냐는 말을 했었다. 프리드는 완전히 졌다는 듯이 웃음을 흘렸다. 유리병에 반사된 햇빛이 눈에 부셨는데도 시선을 떼기 힘들었다. 모래가 끓는 뜨거움과는 다른 온도가 마음을 데웠다. 그건 익숙하고도 낯선 감촉이었다.
“이걸 어떻게 구했어?”
“다 방법이 있지.”
무슨 진귀한 구경이라도 하는 듯이 요리조리 살펴보는 프리드를 보고 팬텀은 내심, 아니 드러나게 뿌듯했다. 쉽지 않은 경로로 얻은 물건이건만, 꽤나 보람 있는 평가가 돌아오자 하나도 아쉬울 것이 없었다. 소년같이 신이 난 얼굴과 더불어, 더위에 달아오른 손바닥이 팬텀을 살풋 쥐고 자연스레 이끌었다. 함께 막사로 돌아가자는 몸짓이었다. 그러나 팬텀은 오히려 손가락을 뻗어 이끄는 이의 손목을 잡고 버텼다. 응? 프리드가 그것이 의아해 고개를 돌려 팬텀과 마주했다.
“먹고 가. 가져갔다간 다른 애들은 물론 주민들까지 나눠줄 거잖아.”
“그래도…….”
에휴. 팬텀은 이번에야 말로 한숨을 쉬었다. 역시 이 전략은 안 먹힐 줄 알았어. 이타적인 이만을 위한 선물이라니, 약간은 난이도가 있었지만 그래도 발신인은 위대한 재력가 괴도 팬텀이었다. 팬텀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사실을 토로했다.
“아까 전에 쭉 돌렸으니까 지금쯤 다들 먹고 있을 걸.”
“팬텀, 너.”
“네, 네. 친애하는 나의 영웅님.”
"돈만 넘쳐흐르는 나의 갑부님!"
"이런 걸로 새삼 깨달은 거야?"
끙. 이러나저러나 그리도 스케일 크게 저지른 방안이라면 이쪽에선 할 말이 없었다. 오두막과 비슷한 곳에 사는 저와는 어쨌거나 완전히 다른 경제관을 가지고 있고, 또 평소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소비도 아닌 기특한 지출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 그래도 우선은 갑작스럽고, 팬텀이 제 반응을 예상하여 미리 준비했다고 생각하니 프리드는 어딘가 간질거려 괜히 말을 얹었다.
“너 진짜 못 말리는 거 알아?”
“그대보다야 할까.”
“어련하시겠어.”
프리드도 아까의 팬텀과 같은 모양으로 고개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팬텀은 그가 좋아하는 모양으로 프리드의 눈매가 휘어지는 걸 확인했다. 보고 있으면 모든 것이 괜찮아지는 풍경. 뿐만 아니라, 그리고.
“고마워, 잘 먹을게.”
감사 인사를 제대로 하는 이에게 하는 선물을 하는 것은 어느 때나 즐겁다. 꼭 바라지는 않았지만 자고 일어나니 온 선물과 같은 기쁨, 아니, 그것보단 무언가 조금 더 컸지만. 한가득 무언가가 부풀어 올라 아슬아슬하게 넘쳐흐르고 있었지만. 당분간은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더욱 더 원했다. 팬텀은 냉정하게 제 안의 불꽃을 지폈지만, 동시에 곁에 있는 프리드를 보곤 그에게 집중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큰 손실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래, 우선은 이거겠지. 하얀 뺨이 부풀면서 하나둘 우물우물 과일을 먹는 프리드를 마주하며 팬텀은 오늘이야말로 타즈님 공주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면목이...없습니다.....키워드는 어디 갔을까요? 쓸데없이 분량은 왜 또 길까요?
마냥 귀여운 걸 쓰고 싶었는데.....이 중구난방한 글은 뭘까요?
그래도 즐겁게 썼습니다! 연성교환 키워드 주신 레플님 감사해요S2...부 부디 불쾌하지 않은 상태로 읽어주셨으며누ㅜ
팬텀이 아리안트 출신이라는 설정을 차용했습니다! 둘은 썸 타고 있는...? 상태.
프리드의 식성은ㅋㅋㅋ뭔가 뭐든 잘 먹을 것 같기도 했지만 기후 별로 입맛이 다르다는...설정을 메이플에 도입하고 싶었는데 장렬하게 망했군요. 그리고 왠지 단 걸 좋아할 것 같았어요 (근거 무)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레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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