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문장 잇기~ 존잘님들과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은 채로 나는 또, 처음(一)과도 같은 너를 내 의지로 관철(徹)하겠지.
오이카와는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그보다 서열이 높은 혈족들 앞을 제외하면, 오이카와의 고개를 아래로 당기는 것은 제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이와이즈미 뿐이었다. 마음이 동할 때는 오직 그뿐이었다.
그러라고 주어진 이름인 걸까?
천진한 의문은 싹을 터뜨리기도 전에 뿌리가 뽑혔다. 아닐 것이다. 낮게 읊조리던 확신은 이 나라 왕의 어전에서 터지기도 하고, 수많은 백성의 아우성에 자리 잡기도 했다. 숨이 터지는 모든 입을 거치곤, 종국에는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첫 사람까지 입을 열었다. 아니야. 제가 그린 그림 속에서 단호하게 부정하는 이와이즈미에게, 오이카와는 어여쁘게 웃어주었다.
나는 그리 살 터인데.
둘 다 왕이 친히 내린 이름이다. 후궁의 자식에게 주기엔 위험하다고 상소까지 올라왔는데, 어찌 고작 사내 하나를 얻으라고 내린 것이겠는가. 조소가 입매에 맺혔다가 이내 태연하게 모습을 감췄다. ‘하지메’는 마음에 꼭 들어맞지만 말이다. 왕실 최측근의 장남에겐 꽤 심심한 이름이었지만, 오이카와는 왕이 내린 것 중에 유일하게 아낌없이 찬사를 보냈다.
이와쨩, 너도 그러하지 않아?
푹 숙인 뒤통수의 주인은 붕대 감기에 여념이 없다. '우연히' 바닥이 내려앉아 발목을 다쳤지만 어의는 부를 수 없었다. 왕실에서의 치료는 곧 약점이다. 대비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이와이즈미는 그를 지키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 평소처럼 엄살 부리는 오이카와를 달래지 않고 묵묵하게 치료에만 집중하는 것이 꼭 그렇다.
하는 짓만 보면 이와이즈미는 이미 완벽한 충견인데도, 오이카와는 항상 모자랐다. 손아귀에 우겨 담고 싶지만 이와이즈미는 언제나 넘쳐 흘렀다. 어렸을 적부터 함께했다는 숱한 사실은 이리도 애정을 쏟아붓는 이유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오이카와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와이즈미에게 듬뿍 받은 애정으로 배를 불리면서도 계속해서 상기했다. 무조건적인 애정이 가장 위험해. 스스로도 그 저의를 모르기 때문이다. 흔하고 사소한 조건조차 없다. 재물이든 권력이든, 하다못해 우스운 연정이라도 원해야, 입에 물려주며 붙잡을 수 있다. 그러나 언제나 처음이 되어주었던 이는 오이카와에게 어떤 것도 원하지 않았다. 사랑받으려 무던히도 애쓰던 오이카와는 억울한 심정이다.
제 사람이라고 가장 확신할 수 있는데, 도리어 받는 애정도 제가 원하는 정도도 모두 넘쳐 훌러 종잡을 수가 없다. 아마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가 자신을 위해 죽기라도 해야 만족할 것이다. 살아있는 한 절대 일어나게 두지 않을 상황이 모순적이다.
"이와쨩."
그래서 괜히 피우는 고집일지도 몰랐다. 이를 알면 왜 네 탐욕을 제 탓으로 미루냐고 투덜거리겠지. 이름을 부르니 눈을 곧게도 마주쳐온다. 혹여 아픈 것인가 두 눈엔 염려가 가득이다. 눈 앞의 광경 전부가 온전히 제 것인데도 끊임없이 탐이 났다.
"나, 왕이 되고 싶어."
그가 자신을 아끼는 걸 안다. 제 목숨을 어찌 중히 생각하는지 안다. 다만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 지, 그렇게 충성을 쏟아붓는 왕실보다도, 여지껏 옳다고 지키려한 세상보다도 더 귀하게 여기는 지 알고 싶었다. 그런 연유로, 따르라는 명령보다도 먼저 상냥하게 권유를 건넸다.
"멈추려면 지금 뿐이야."
뚝, 멎은 손길 뒤로 이와이즈미는 신중한 얼굴로 오이카와의 기색을 찬찬히 살폈다. 평소처럼 다정하네, 이와쨩. 두 눈을 뚫어져라 맞댄 후에는, 그저 눈매를 살짝 찌푸리곤 다시 고개를 숙여 치료를 마무리한다. 부드럽게 근육을 달래는 손길에 오이카와는 자기가 여태 긴장했다는 걸 깨달았다. 덤덤하게 흘러나온 목소리가 말간 진심이라는 건 두말할 필요 없었다.
"협박을 하려면 제대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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