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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는 앞선 하루가 꽤나 성공적인 데이트였다고 애써 자부했다. 그런 것 치곤 조마조마한 순간이 많았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서점의 퇴근 시간보다 두어 시간 이르게 일을 넘기곤, 어색해 보이는 거울의 자신과 눈을 맞추며 셔츠 단추를 잠갔다.

벨져는 태연해보였다. 비록 기사단 담벼락에 기대어 기다리고 있던 루이스를 보곤, 눈매가 일순 굳었다가 눈 깜짝할 새에 풀어졌지만. 웬일이냐고 찌르고 올 질문을 대비하는 듯 뻣뻣한 루이스를 보다가, 턱을 까딱 들어 올려 앞장서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오늘은 내가. ‘내가.’ 루이스는 심호흡하며 앞으로의 일들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해보았다. 전투 때와 흡사한 대비체제였다. 아직까지는 순조롭다. ‘역시 서민이란따위의 무자비한 대사를 들었던 과거와는 달리, 커피가 아닌 제대로 된 홍차까지 내왔다. 보급형인 것이 조금 걸렸지만, 고귀하신 귀족나리께서도 여기가 자신의 저택이 아닌 허름한 월세 방이라는 걸 감안했는지 그저 눈썹을 까딱하곤 말았다. 좋았어. 이제 정말 하기만 하면 된다. 루이스는 조용히 침을 삼켰다. 휘몰아치는 벨져에 정신없이 당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오늘은 아니야. 굳건한 다짐과 함께 꼭 쥔 주먹에 차가운 서리가 맺힌다. 루이스는 수차례 아무렇지 않은 척 얼음조각을 털어내야 했다.

 

 

 

찻잔을 받친 새끼손가락이 테이블에 닿았다. 그 접촉을 신호로 루이스는 입술을 앙다문 채 자리에서 일어나 벨져에게 다가왔다. 의도가 다분한 접근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벨져가 찻잔을 우아하게 내려놓자마자, 루이스가 다리를 꼬고 있는 벨져를 향해 상체를 숙였다. 코앞까지 다가온 영웅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태도가 도리어 시리다.

 

 

벨져.”

 

 

낮게 읊조리는 듯 하면서도 말꼬리가 희미하게 떨리는 것이, 긴장한 게 분명했다. 붉은 홍채는 진지하고 침착하며, 잔뜩 날을 세우고 있다. 언제든 톡, 건드리면 민감하게 튕겨낼 것 같다. 벨져는 자신과 맞서는 루이스를 꽤나 좋아했다. 어떠한 상황이라도. 궁지에 몰려 자신만을 온전히 바라보는 게 썩 나쁘지 않다. , 그 눈빛을 탐하고 싶어 부러 몰아붙인 것도 여럿이다. 그러나 잘근잘근 짓밟아 주고 싶은 것도 여전하다. 무슨 패를 들고 오든 성의껏 응해준 후에 형편없게 농락하여 제 것으로 취하고 싶었다. 벨져는 동요 없이 사소한 자존심으로 발갛게 타오르는 눈빛을 마주했다.

 

 

가소롭군.

 

굳이 입 밖으로 뱉을 필요조차 없었다. 허나 오늘은 참 뻔하다. 아까 전부터 같잖은 속셈이 손바닥 보듯 훤했다.

 

 

루이스는 벨져에게 입을 맞추며 말랑한 감촉에 어김없이 몸을 굳혔다. ‘벨져에게 이리도 말랑한 부위가 있다는 사실을 언제나 접하면서도, 이질적인 감상에 호흡이 순간 바르르 떨고, 간지러운 열기가 뱃속을 매만졌다. 그리고, 뜨거워……. 말캉한 온도는 루이스의 입술을 데우고, 애를 닳게 만들기 충분해서, 머릿속이 엉망진창으로 녹아내린다. 벨져의 열은 아마 평생을 가도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루이스는 숨을 죽였다. 입맞춤과 함께 꾸욱 감았던 눈을 뜨자, 새파란 눈이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으윽, 키스할 땐 눈을 감으라던 건 누구야. 괜한 오기가 생겨 혀를 내밀어 뜨듯한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 했으나 닫힌 치아에 막혔다. 침착해, 이럴 때 벨져는……. 차마 벨져의 턱을 감싸지 못한 시린 손바닥이 허공을 배회했다.

 

 

맞닿은 입술의 끝이 비죽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조소였다. 적어도 루이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느닷없이 입이 열리고 뜨거운 혀가 루이스의 혀를 옭아매어 입 안으로 끌어들였다. , . 츕츕거리며 혀를 빠는 외설적인 소리가 루이스의 작은 집을 가득 채웠다. 늘상 공격적으로 파고들었던 혀가 반대로 끌어당기니까 뒷목이 홧홧해지고 순간 시야가 아득해진다. 준비했던 계획과 이성이 한순간에 새하얗게 휘발되었다. ‘자기가 하겠다는 맹랑한 루이스를 이로 아프지 않게 깨물고 핥아 올리자, 젖은 열기 속에서 루이스의 혀가 애처롭게 뒤틀렸다.

 

 

뒤섞였던 혀가 노골적인 소리와 함께 떨어지자, 타액이 순간 이어졌다가 뚝뚝 떨어진다. 침입을 시도한 영웅은 온통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였다. 꼴이 말이 아니군. 흡족한 감상을 뇌까린다.

 

 

벨져는 여전히 우아하게 다리를 꼰 상태 그대로였다. 그는 자신을 향해 무너지려하는 루이스의 턱을 손가락 끝으로 들어올렸다.

 

그래서, 다음은?

 

이미 승기를 잡은 자의 자비 비슷한 것이 달큰하게 감돌았다.

 

 

 

 

 

 

 

 

 

 

 

 

 

 

 

 

 

 

(머리를 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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